근대의 낭만을 걷다, 덕수궁 이야기서울 정동 한복판, 고층 빌딩 사이에 기묘한 고요함이 흐르는 공간이 있다. 찬란한 궁궐의 위엄보다는, 담백한 정취와 시간이 만든 주름 같은 여백이 느껴지는 곳. 바로 덕수궁이다. 전통과 근대, 왕실과 시민, 기쁨과 비극이 얽힌 이 궁궐은, 한국 근대사의 입구이자 감성적인 산책길의 종착지이기도 하다.그저 옛 궁 하나가 아니다. 덕수궁은 시대를 품은 공간이다. 왕이 피난처로 삼은 집, 궁이 되다덕수궁의 시작은 정식 궁궐이 아니었다. 원래 이름은 ‘월산대군의 집’이었다.월산대군은 세종의 세째 아들이지만 동생인 세조가 왕이된다. 선조가 임진왜란 후 한양으로 돌아왔을 때, 경복궁과 창덕궁이 모두 전란으로 불타버린 상태였고, 그는 이곳에서 임시로 머물게 된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